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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SHION POST 채수한 기자]
패션 대형사 중견사 속속 도입
노스페이스 종전 대비 80% 비용 절감
LF 연간 20억원 이상 세이브 할 듯
“RFID가 왜 필요한가요?”
한 중견사 임원의 질문에 말문이 막혔다.
어떤 시스템이고 무엇인지는 막연히 인지하고 있지만, 실제 도입했을 때의 효과나 비용 절감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가 나와 있지 않기 때문에 아직도 이 같은 의문을 갖고 있는 업계 관계자들이 많다.
지금 패션 업계에 RFID를 도입하고 있는 업체는 어디이며, 어떤 기준에서 도입을 결정하고, 어떤 효과를 보고 있는지 다시 한 번 들여다보자.
삼성물산, 코오롱, 에프앤에프 가세
지난 해 RFID 도입을 결정한 업체는 모두 3곳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에잇세컨즈’,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 에프앤에프 3개 업체다.
패션 업계 대형사 두 곳과 그 반열에 올라서고 있는 에프앤에프가 RFID 도입을 결정하고 적용에 들어갔다. 우선 에잇세컨즈는 작년 도입을 결정하고 시스템 구축을 시작해 오는 7월 1일 추동 신상품이 출고되는 시기에 맞춰 RFID를 적용한다.
에잇세컨즈 전 매장에 들어가게 되며 물류 뿐 아니라, 매장까지 모두 적용이 된다.
에프앤에프도 작년 도입을 결정하고 빠르게 시스템 도입을 진행 중이다. 라벨 기준 적용 물량으로는 최대다. 에프앤에프는 국내뿐만 아니라 중국으로 나가는 물량까지 모두 RFID를 적용하기 때문이다. 규모면에서도 가장 크다. 게이트만 40개 정도가 설치된다.
이미 2018년부터 RFID를 준비해 올 하반기 적용을 계획하고 있는 LF의 경우 연간 1,100만개의 제품에 적용한다. LF는 물류부터 매장에 이르기까지 온오프라인을 통합한 RFID 적용을 시도하고 있어 운용과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적용 시기로 보면 6월과 7월 에프앤에프와 에잇세컨즈가 시작하며 바로 이어 LF가 전 매장에 적용한다. 이제 시작하는 업체들은 아직 효과를 알 수 없다. 최소한 1년은 지나야 결과치가 나온다.
RFID 적용 수준
RFID가 적용된 제품으로 모두 교체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2~3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는 RFID 칩을 신상품 생산단계부터 라벨에 삽입하기 때문에 기존에 이미 생산된 재고의 경우 적용 작업을 별도로 할 수 없어, 칩이 없는 재고들이 모두 판매돼 소진되기까지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모든 제품에 RFID가 적용될 때 최적의 데이터가 나오게 된다.
현재 국내 업체 중 RFID를 활발하게 적용하고 있는 업체들은 몇 안 된다.
대표적으로 영원무역, 크리스에프앤씨, K2코리아, 이랜드 ‘스파오’, 한세엠케이, 위비스, 리앤한 등이 있고, 여기에 위에 언급한 업체들이 가세해 총 11개 업체 정도가 된다.
올해 도입을 결정하고 내년에 시작하는 코오롱을 제외하면 올해 기준 RFID를 적용한 기업은 딱 10개인 셈이다. 이들 업체 중 물류 창고에만 적용한 업체는 없다. 모두 매장까지 연계돼 있다. 위비스는 올해 매장까지 RFID를 확대 적용한다.
RFID는 주류, 제약 분야에서 가장 많이 쓰이고 있지만 사실 가장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분야는 패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패션 업체들의 골머리를 가장 썩혀왔던 재고의 정확한 파악과 물류 단계에서의 입출고 관리부터 더 나아가서는 매장에서의 제품 로스를 투명화하고 판매 데이터 축적을 통한 빅데이터 구축까지 가능해진다.
RFID 협회의 자료에 의하면 전 세계 RFID 라벨의 80%가 패션 리테일에서 소진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의 경우 2019년 20억 개의 라벨이 사용됐으며, 올해는 이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40억 개의 라벨이 소진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내의 경우에는 약 3억 장 미만 수준이다. 국내 패션 시장 규모에 비해 미미하다.
하지 못하는 이유
패션 업계의 RFID 도입율은 실로 저조하다. 이는 초기 도입 비용이 부담된다고 생각하고 있는 데다 이에 효과를 믿지 못하는 오너와 경영진의 정확한 판단과 결단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30평 기준 매장 100개에 연매출 400억 원 브랜드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이 브랜드가 RFID를 도입한다고 했을 때 최소 투자 금액은 10억 원 정도가 된다. RFID에 필요한 소프트웨어, PDA, 라벨, 포스, 물류 창고에 들어가는 게이트까지 기본적인 설비와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서 들어가는 평균 비용이다.
여기서 물량이 늘어나 매출이 증가한다고 해도 추가되는 비용은 사실 제품에 부착하는 라벨 값만 늘어나게 된다. 만일 물량이 몇 배 늘어난다고 해도 물류 창고의 게이트만 몇 개 추가하면 된다.
RFID 시스템은 초기 투자비용이 부담되더라도 한 번만 구축해 놓으면, 향후 비즈니스 확대에 따른 추가 비용이 크게 없으며, 제한 없이 비용 절감 효과를 비즈니스가 끝날 때까지 볼 수 있다.
좋은 것은 공유하자
사실 이미 도입한 업체들의 비용 절감 효과는 많이 나와 있다.
<함께보면 좋은 기사 : 본지 제8호 ‘RFID 누구나 할 수 있다’>
문제는 이 정도 비용이 절감되고 있다고 아무리 설명해도, ‘설마 그 정도겠어’라며 믿지 못하는 경영진들이다. 그렇다면 위 언급한 업체들의 물류 창고를 한 번 방문해 보고 어떤 효과가 있는지 확인해 보는 노력이라도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RFID의 도입을 통해 얻은 효과는 비밀이 아니다. 업계가 공유해야 하며 모두 알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맞다.
사실 RFID 도입을 꺼리는 업체들의 걱정 중 대부분은 노후화된 물류 창고로부터 시작된다. 물류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래된 시설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거나 물류 창고의 환경 자체가 RFID 시설을 새로 들여놓기에 적합하지 않은 업체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물류 창고를 넓은 곳으로 옮기거나 새로 지어야 하지만 이는 또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게 된다. 장기적으로 보면 당연히 도움이 되는 시스템이지만 당장의 부담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것이 패션 업체의 현실이다.
그러나 뒤집어 생각해보면 매년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음에도 처음 투자금에 대한 부담으로 시도조차 하지 못한다면 길게 봤을 때는 큰 손해가 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사라지는 재고 조사
지금까지 매장에서 사용해 온 바코드는 정확도가 80% 이하지만, RFID는 95% 이상이다. K2코리아의 경우는 99%에 달한다. 나머지 1%는 사람의 실수로 인한 오류라고 한다. 전산으로 보는 것과 실물의 차이가 없이 거의 똑같은 수준이 된다.
예전에는 사람이 계수해 차이가 있었던 것을 또 정확히 하기 위해 사람이 재고 조사를 대대적으로 했었다.
재고 조사에 참여했던 한 직원은 “재고 조사는 정말 지겨운 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재고 조사를 대신해 주는 외주 업체도 있었다. 그러나 RFID를 도입하는 순간 그 지겨운 재고 조사는 바로 필요 없어진다.
또 반품하러 온 고객에게 “영수증이 없으면 반품 교환이 안 된다” “우리 매장에서 산 제품이 아니어서 안 된다”는 불쾌한 소리도 안 해도 된다. RFID 칩이 부착된 제품은 영수증이 필요 없다. 칩이 바로 영수증이며 판매 이력이기 때문이다.
소비자 도난, 매장 간 도난도 싹 사라진다. RFID 칩이 달린 제품은 가져가더라도 다시 되팔 수 없으며 칩을 제거하면 제품으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본인이 직접 입을 수밖에 없다.
최근 한 매장 직원이 제품을 빼돌려 온라인에서 판매했다. 이 브랜드의 모니터링을 하던 담당자가 의문을 갖고 그 제품을 구매해 RFID 칩을 확인했다. 이 제품이 어느 점에서 사라졌고, 어떻게 온라인에 등장했는지 모든 이력이 조회됐고, 해당 직원의 행각이 밝혀진 일이 있기도 했다. 이 같은 사례는 매장 점주들이 가장 좋아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RFID의 매장 적용 사례 / 자료=유성소프트>
자동 물류 구축한 영원무역
노스페이스를 전개하는 영원무역은 지난 2016년 7월부터 2017년 1월까지 딱 6개월 만에 시스템 구축을 완료했다. 이 후 전자동 물류 창고를 추가로 지으면서 앞선 설비와 기술력을 구현했다. 전자동 물류 센터는 노스페이스가 유일하다. 영원무역은 현대엘리베이터와 손잡고 직접 설계해 최첨단 전자동 물류 창고를 만들어냈다.
생산 업체로부터 완제품이 들어오면 게이트를 지나 박스 안 데이터를 모두 읽어내고, 지정된 위치(셀)에 자동으로 들어간다. 이 창고를 조작하기 위한 인력은 2명이면 충분하다. 노스페이스의 경우 RFID 시스템을 구축하고 자동 물류 시스템을 갖추면서 기존 대비 인건비를 포함한 물류 비용이 종전 대비 80% 이상 절감됐다.
이 업체의 박미라 이사는 “도입 초반에는 직원들이 모르던 새로운 시스템을 배워야 하기 때문에 힘들어하기도 하지만 일단 익숙해지기만 하면 정말 일이 편해진다. 효율적인 면에서 보면 패션 물류에 RFID 도입은 필수다”라고 말했다.
LF 연간 20억 원 절감 기대
LF가 RFID를 구축한 가장 큰 목적은 옴니채널의 실현이다. 오프라인과 온라인 상품에 모두 RFID 적용을 통해 온오프 라인에서 제품이 유기적으로 움직이게 된다.
예를 들면, 오프라인에서 반품된 상품의 정보가 실시간으로 업로드 되면서 온라인까지 공유되고, 온라인에서 구매 주문이 들어올 경우 바로 출고된다. 모든 재고 정보는 온오프 공통적으로 실시간 공유되고, 이는 바로 판매로 연결되는 구조다. 재고가 있지만 정보를 읽어내지 못해 판매하지 못하게 되는 허점을 보완함으로서 판매율이 극대화된다.
LF는 현재 6개점의 매장에 시스템을 적용하고 테스트 중이다. 백화점, 가두직영점, 위탁점 등 각각의 형태마다 어떻게, 원활하게 적용되는지 체크한다. 빠르면 9월, 늦어도 연말까지는 1천개가 넘는 전 매장에 RFID를 모두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재고 조사도 매일하고 있다.
LF는 가설과 예측, 분석을 바탕으로 단점을 최대한 보완한 최신 시스템 구축에 나서고 있다. 예를 들면 태그를 복제했을 때 진품인지 가품인지 정확히 구별해 낼 수 있는 시스템 등을 추가했다.
태그 정보를 그대로 읽어 다른 태그에 기록할 수 있는데, 이 때 정품을 가려낼 수 있도록 코드를 삽입했다. 또 매장 내 PDA를 통해 고객이 실제 구매했던 이력을 데이터화하고 이를 기존 데이터와 매칭 시키는 작업, PDA로 고객들에게 착장 정보를 제안하고 물류와 공유하는 기능 등 기존에 없었던 다양한 옵션을 추가했다.
LF는 약 60억 원을 들여 RFID를 구축했지만, 이 비용은 3년 안에 회수될 것으로 보고 있다. 투자금이 회수된 후 부터는 연간 20억 원이 넘는 금액이 절감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RFID의 단점
RFID 시스템의 단점도 존재한다. 간헐적으로 라벨에 부착되는 칩의 불량과 이로 인해 PDA에 읽혀지지 않는 현상이다. RFID 칩의 경우 전량 해외 수입되고 있다. 현재 국내에는 이 칩을 만들어낼 기술이 없다. 수입된 제품에는 간혹 불량이 나오는데 이 같은 제품이 한 개라도 나오게 되면 데이터에 오류가 생길 수 있다. 또 제품 소재에 금사, 은사가 들어간 경우 제대로 읽히지 않을 수 있다.
물류에서는 여름 시즌 얇은 제품의 경우 한 박스 안에 100장 이상이 겹쳐 입고되면 게이트에서 읽히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 같은 경우 칩이 부착된 면을 반대로 겹쳐 놓는 방법으로 해결이 가능하다. 또 신발이나 가방, 액세서리 같은 경우에는 RFID를 부착하기가 어렵다.
제품 자체가 작고, 금속 부자재가 많은 경우에는 부착한 위치에 따라 인식율이 떨어질 수도 있다. LF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 제품별로 인식이 잘 될 수 있는 위치를 지정해 칩을 부착하고 테스트를 통해 개선해가고 있다.
수입 제품의 경우에도 문제가 있다. 내수 제품의 경우 생산 단계부터 라벨에 RFID 칩을 넣어 물류 창고로 들어오지만, 수입 제품은 완제품이 칩 없이 들어와 이를 수작업으로 붙여야 하기 때문이다. 납기가 급할 경우 칩을 부착하지 못하고 출고하는 경우도 생겨나게 된다.
결국 빅데이터 수집을 위한 단계
데이터 전쟁이란 말이 있다. 패션 업계 역시 예외는 아니다. 데이터를 가진 기업이 결국 남들 보다 한 발 앞서게 되는 시대가 왔다.
RFID는 데이터 수집을 위한 필수 단계다. RFID의 도입으로 인한 직접적인 효과도 물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RFID를 통해 수집된 데이터가 결국 패션 기업의 자산이 되고 강점이 되고 더 나아가서는 실적으로 이어지는 기반이 되는 것이다.
RFID를 통해 물류에서부터 매장에 이르기까지 모든 제품의 정보가 데이터화 된다. 판매 데이터는 실시간으로 축적된다. 어느 지역에서 어떤 고객이 무슨 제품을 샀는지 세세하게 기록되고 분석된다.
종전 매장에서는 판매된 택을 모아두었다가 매니저가 퇴근 전 한 번에 몰아 찍는다. RFID가 적용되면 판매되는 순간 데이터가 기록되기 때문에 이 같은 일은 사라진다.
우리가 알 수 없었던 데이터도 수집이 가능해진다. 만일 고객이 매장에서 10장의 옷을 집어보고 거울에 대보고, 어떤 것은 피팅룸에서 입어봤다고 했을 때, 이 제품들의 데이터를 모두 수집한다. 이 중 팔린 제품은 어떤 것이 팔렸는지, 팔리지 않은 제품은 어떤 것이었는지 체크하고 분석해 기획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게 된다.
RFID와 3D 카메라 솔루션이 결합된 시스템을 통해 이 같은 분석도 가능해진다. 매장 내 고객의 동선까지 파악된다. 일본 LG전자 매장에 적용된 솔루션의 경우 어떤 고객이 어떤 동선으로 매장에서 움직였는지, 어떤 제품을 골랐는지 데이터화할 수 있다. 이는 피플 트래킹 기술이라 불린다.
온라인 몰의 경우 장바구니가 있어 내가 관심 있는 제품과 구매한 제품이 정확히 구분되지만 오프라인에서는 수집할 수 없었던 데이터까지도 RFID를 통해 구현된다. 이 같은 시스템은 에잇세컨즈, 스파오, 리앤한이 도입을 계획하고 있다.
돈과 오너의 의지가 필수
패션 업체가 RFID를 도입하려면 돈과 오너의 의지가 있어야 한다. 부뚜막의 소금과 넣겠다는 의지를 가진 주인이 필요하다. RFID 뿐인가. 모든 솔루션과 패션에 도움이 되는 지원 시스템의 도입을 위해서는 모두 같은 조건이 필요하다.
돈과 의지가 있고, 결정을 했다면 물류 창고도 개선해야 하고, 매장도 다 뒤집어야 하고 제품에도 칩을 부착해야 한다. 생산업체들까지 시스템을 제공해야 하고, 교육해야 하고, 매장 매니저들도 반발 없이 잘 따라올 수 있도록 다독여야 한다.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 노력 없이 비용 절감을 이룰 수도 없다. 패션 비즈니스 성공의 지름길을 열어 줄 데이터를 축적할 수도 없다. 그러나 두려워해서는 아무것도 이뤄질 수 없다.
처음 한 걸음부터 시작하면 된다. 잘 된다는 업체의 물류 창고도 가보고, 매장에 적용된 RFID 시스템도 공부해보고, 자금이 얼마가 필요한지,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지금의 물류 창고를 어떻게 해야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을지 방법을 고민하고 찾아보면 된다.
문득 책 제목이 하나 떠오른다.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기시미 이치로,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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