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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사

‘극한 알바’로 꼽히던 의류매장이 ‘스마트’ 해졌다

관리자 2020-07-20 조회수 1,088

[중앙일보 문희철 기자][르포]패션매장 디지털 혁신 현장
RFID 의류매장, 스파오 타임스퀘어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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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3일 개점 전에 방문한 스파오 타임스퀘어점. 문희철 기자

지난달 23일 오전 8시 서울 영등포구 종합쇼핑몰 타임스퀘어 건물 3층. 건물 개장을 2시간 30분 앞둔 상황에서 직원 전용 통로로 제조·유통일괄형의류(SPA) 브랜드 스파오(SPAO) 매장을 방문했다.

이날 스파오 타임스퀘어점을 찾은 건 이곳이 국내 유일의 무선주파수인식(Radio-Frequency Identification·RFID) 기술을 도입한 의류 매장이라서다. 개장 전이라 매장은 고요했지만 재고가 쌓여있는 창고 분위기는 활기찼다. 2명의 직원이 RFID 스캐너를 들고 창고 구석구석을 훑고 있었다. 이들은 1719㎡(519평) 규모의 매장에서 유형·색상·사이즈별로 옷이 얼마나 쌓여있는지 재고를 조사하는 중이었다.

의류매장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이 가장 두려워하는 시간이 재고 조사다. 일반적으로 의류 매장에서 재고를 조사하면, 일단 옷이 가득 담긴 박스를 일일이 바닥에 풀어놓는다. 그리고 바코드 리더기로 옷마다 달린 태그를 인식해 제품 유형을 파악한 뒤, 이를 종이에 기록한다. 실제로 이날 실험 삼아 같은 방식으로 17벌의 재고를 조사하는데 2분 20초가 걸렸다. 이 매장에 쌓인 5만장 안팎의 옷을 모두 조사하려면 114시간이 걸린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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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FID 기술이 의류 재고를 실시간 관리하기 때문에 점원은 매장에서 팔린 의류를 즉시 매대에 채워넣을 수 있다. 문희철 기자


하지만 이날 분위기는 달랐다. 직원들이 RFID 스캐너를 휘두르자, ‘삐비비빅’ 소리가 나면서 박스에 가득 담긴 수십장의 재고를 자동으로 인식했다. 3초 만에 359벌의 옷을 조사했다. 이현철 이랜드월드 패션공급망관리실장은 “스파오 타임스퀘어점이 RFID를 도입하기 전에는 20여명이 밤새도록 재고를 조사했지만, RFID 기술을 도입한 이후에는 2명이 1시간 만에 재고를 조사한다”며 “심지어 수작업보다 훨씬 정확히 재고를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FID, 물류·창고 이어 매장 관리까지교통카드나 사원증에 사용하던 RFID가 의류 매장을 바꾸고 있다. RFID 기술은 무선주파수로 제품에 부착한 태그를 식별·추적하는 기술이다. K2코리아·삼성물산 패션부문·코오롱인더스트리·신세계인터내셔날·LF 등 주요 패션기업이 줄줄이 RFID 시스템을 도입하는 추세다.

주요 패션기업은 주로 물류·창고 관리에 RFID 기술을 도입했다. 소비자가 직접 옷을 고르는 공간에도 RFID 기술을 적용한 의류매장은 스파오 타임스퀘어점이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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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대에 재고가 없을 경우 픽업 서비스를 신청하면, 픽업 데스크에서 의류를 수령할 수 있다. 문희철 기자


이 매장은 소비자가 기다릴 필요가 없다. RFID 기술 덕분에 매장 창고에 보유한 재고의 색깔·품목 등을 즉시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소비자가 매대에서 마음에 드는 옷을 발견해도 사이즈·색상이 마음에 들지 않아 재고가 있는지 문의하면, 이를 점원이 확인하는 데 수 분이 걸렸다. 하지만 모든 옷을 RFID로 통제하는 이 매장에선, 문의하자마자 점원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상품 위치·수량을 알려준다.


매장에 비치한 태블릿PC를 이용하면 소비자가 스스로 재고 위치를 조회할 수도 있다. 만약 검색 결과 매장에 상품이 없다면, 태블릿PC에서 ‘픽업 서비스’를 클릭한다. 다른 옷을 구경하는 동안 소비자 카카오톡으로 알림 메시지가 도착하면, 픽업 데스크에서 의류를 수령할 수 있다.
임현애 스파오 타임스퀘어점 점장대행은 “아무리 창고를 잘 정리해둬도 소비자가 특정 크기·색상의 옷을 찾아달라고 하면 뛰어들어가 창고를 뒤져야 했다”며 “하지만 RFID 기술을 도입한 이후에는 스마트폰으로 품번만 검색하면 즉시 재고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결제 속도도 2배 이상 빠르다. RFID는 한 번에 다수의 칩을 인식하기 때문에, 여러 벌을 동시에 계산할 수 있다. 이현철 실장은 “가격표를 바코드로 스캔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 옷을 담을 바구니를 통째로 캐비닛에 넣기만 하면 바로 결제가 되기 때문에, 여러 벌을 구입한다고 결제가 느려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재고회전·반품 용이…결품률 1.9%로 낮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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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오 타임스퀘어점이 도입한 셀프 결제 시스템. 여러 벌의 옷을 넣어도 RFID가 한꺼번에 제품을 인식한다. 문희철 기자


달라진 의류 매장의 배경엔 RFID 기술이 있다. RFID 기술은 의류는 물론이고, 창고의 위치와 옷을 진열한 공간의 위치까지 모두 하나의 ‘주소’로 인식한다. 공장에서 만들어진 옷은 입고와 제품 검수, 창고 정리와 매장 진열 과정까지 모두 일괄 관리할 수 있다.

만약 타임스퀘어점에서 보유한 특정 의류를 인근 매장에 방문한 손님이 찾는다거나, 진열한 옷이 팔려 동일한 의류를 다시 진열해야 하는 경우 실시간 대응할 수 있다.
반품도 의류업계의 고민거리 중 하나다. 사계절이 뚜렷한 한국에선 평균적으로 3개월에 한 차례 제품을 대량생산해서 납품한다. 3개월 동안 매장이나 매장 내 창고에 걸려있다가 팔리지 않은 옷은 반품한다. 만약 수요 예측을 잘못하거나 날씨 등 변수가 발생하면 대량의 재고를 떠안아야 한다. RFID는 반품 문제를 해결하는 구원투수 역할도 한다. 태그에 달린 바코드는 유통 과정에서 분실·훼손 가능성이 있지만, RFID는 이럴 가능성이 작기 때문이다.

RFID 덕분에 수작업 시간을 크게 줄이면서 스파오가 얻은 가장 큰 효과는 세 가지다. 일단 결품률을 크게 낮췄다. 일반적으로 패션 매장은 평균 결품률이 8~20% 안팎이다.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이 매장에 있을 확률이 80~92% 정도라는 뜻이다. 하지만 RFID 기술을 도입한 스파오 타임스퀘어점은 결품률이 1.9%에 불과하다.

또 매장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물리적으로 시간을 벌었다. 이 시간을 고객 응대·서비스에 집중해 소비자 취향을 파악한다. 스파오는 고객 데이터가 쌓일 수 있도록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에서 의류 소비자의 의견이나 취향을 입력·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제공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인재 양성이 한결 용이해졌다. 패션업계의 고민 중 하나가 과도한 수작업으로 점장급 인력을 키우기 어렵다는 점이다. 국내 주요 패션기업은 통상 7년 정도 의류 매장에서 근무하면 점장 후보로 분류한다. 하지만 다수의 직원이 끝없이 바코드를 스캔하는 단순·반복 업무를 버티지 못하고 수년 내에 그만둔다.

스파오 브랜드를 운영하는 이랜드그룹의 최운식 패션법인 대표이사는 “RFID 기술이 수작업을 대신하면서, 소비자 취향을 파악하고 고객·제품을 관리하며 보다 나은 제품에 대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 인력을 빠르게 육성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며 “조만간 면세점처럼 핵심 의류만 진열하고, 매장 뒤 대형 창고에서 소비자에게 제품을 공급하는 ‘미래형 매장’도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 관련기사 링크 : https://n.news.naver.com/article/025/0003018912